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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

<순수의 시대> 운영 메뉴얼

한덤덤 2017. 3. 25. 17:18

DAY 1

  1978년 1월 2일, 어제는 정월이었다. 신년을 축하하는 종 대신 자살한 친구를 기리는 조종이 울렸다. 사람이 몇 없는 연회장의 공기가 춥다. 온기를 가진 것은 친구들의 손과 지금 먹고 있는 떡국 뿐이다. 하시모토 사치코가 죽은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 이후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A : 그 애는 사실 조금 덜렁대는 구석이 있었잖아. 발을 헛디뎠겠지, 뭐.

  B : 그럼 백묵이랑 불온한 피는?

  A : 백묵은 그 애가 들고 가다가 떨어지면서 쏟은 거라던데? 낙서는 그냥 성질 더러운 꼰대 신령이 장난친거래.

  C : 교수님들이 자리를 비우셨잖아. 아무런 일도 없으니까 비우신 걸거야.

  B : 그래? 무슨 일이 있어서 비우신 건 아ㄴ... 어, 교수님 오셨다.

  젊고 마른 남자가 연회장 연단으로 올라온다.

  히라타 신스케 : 밥 먹는데 매일 미안하네요. 별로 공지할 건 없고... 아, 하시모토 양의 죽음은 보고 처리되었습니다. 일단은. 며칠 뒤에 마법부에서 와서 정밀조사를 한다고 하니 그 전까지는 현장에 보호 마법을 쳐 둘 거에요. 혹시 내가 이전에 말한 것 때문에 돌아다니다가 금지 구역까지 가는 일은 없도록 해요. 허가증 안 끊어줄 거니까 그렇게 알고. 명절이니까 오늘은 공부도 쉬엄쉬엄하고, 푹 쉬도록 ㅎ.....

  쾅! 거세게 열린 문으로 어떤 소녀가 달려들어온다.

  NPC : 아, 아아, 아아악, 아아아아악!!! 날, 날 죽이려고 했어! 나도 죽이려고 했어!!!

  얼굴이 창백한 소녀가 고개를 박고 바닥에 쓰러진다. 손에 종이 쪽지가 쥐어져 있다.

  히라타 신스케 : 불우한 뱅쿠오? 누가 이런 짓을... 야마모토 양! ...안 되겠다. 다친 데는 없는 것 같은데 큰 충격을 받은 것 같구나. 병동에는 내가 데려갈테니 다들 진정하고 먹던 것 마저 먹으렴.

  교수가 쓰러진 소녀를 안고 사라진다.






DAY2

  멀리서 쇠바다제비 한 마리가 새장 밖으로 나와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교수가 어제 기절했던 소녀를 새의 등에 싣고 섬 밖으로 날아갑니다.




  멀리서 덩치 큰 신령이 걸어나옵니다. 품에 어떤 남자를 안고 있습니다. 의식이 없습니다.

  교수님이 접촉사고를 좀 당하셔서... 병동에 모실거유. 내일까진 못 깨어나실 듯 허니 병동에는 앤간해선 들어오지 마슈.

  오늘따라 유달리 하늘이 밝고... 별빛이 초록색이다.

  하늘이 온통 초록색이다?¿

  입 속에 뱀이 똬리를 튼 해골의 모습이 안개를 뚫고 초록색 구름으로 수놓아져 있습니다. 무녀 신보에 하루가 다르게 실리던 어둠의 표식입니다. 결국, 우리 중 누군가는 확실히 등을 돌렸군요. 이제 그게 누군지 찾아야 하겠지요.


 



DAY3

  히라타 신스케가 깨어났습니다. 지금 병동에 있으며, 아직 다리를 움직일 수는 없으나 앉아서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기력을 회복했습니다. 무녀신보가 떨어져 있습니다. 1면 : 마호토코로에서 어둠의 표식이 드러나다. 근처에 사는 민간인이 발견한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 마호토코로를 감시하던 사람이 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발생했다는 것을 외부에서도 알아챈 모양입니다. 높으신 분들의 판단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는 일입니다.





DAY4




  멀리 무슨 실루엣이 보입니다. 어떤 남자 두 명이 쇠바다제비를 타고 멀리 날아가고 있습니다. 땅바닥에 종이가 떨어져 있습니다. 확인해 볼까요? < 일본 마법부 공문 : 현재 마호토코로에서 위법적인 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바 관련자를 조사하여 청문회에 넘기도록 한다. 조사 직원은 공개적으로 업무 수행 시 목숨이 위험할 수 있으므로 신분을 숨기고 학생들 몰래 진입하여 맨 처음 사망한 학생의 사망 현장을 둘러보고 증거될 물품을 찾아 귀환하는 것으로 한다. 이후 처결은 마법사 법률 강제 집행부에서 처리하며, 볼드모트와 관련된 사항일 수 있으므로 더욱 엄밀하게 처리할 것을 당부한다. >

  *

  멀리서 까마귀가 날아온다. 흑막들이 있는 방에 무언가 빨간 편지가 떨어집니다. 호울러입니다. 열어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낮고 거칠게 쉰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무슨 변형을 가했는지, 호울러답지 않게 그 목소리는 침착하고 싸늘합니다. < 너희들의 모습은 우리 쪽 정보원이 잘 보고 있다. 다른 학교 학생들보다 훨씬 똑똑하더군.  국화와 칼... 절대 겉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너희 일본인이라 했지. 어둠의 마왕께서 그것을 아주 마음에 들어하신다. 다만 그렇게 머글 태생을 암살하는 것으로는 부족해. 너희는 사회에 공포와 충격과 탄식을 안겨야 한다. 좀 더... 눈에 띄는 방법으로. > 여자가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로 연신 껄껄 웃어제낀다. < 건물에 조금의 '터치'를 주면 좋겠네. 애들을 가두고 폭발 마법을 쓴다던가. .....언젠간 너희들도 팔에 그분의 영광스러운 표지를 받는 날이 올거야. 그럼, 그렇고 말고. > 킬킬대는 웃음소리와 함께 호울러가 접혀서 툭 떨어진다. 호울러 밑에 글씨가 써져 있다. < 유리벽 마법. 24시간 이후 효과 시작. >

  히라타 신스케 : (다급하게 문 밖에서 달려와 호울러에 지팡이를 휘두른다.) 피니트 인칸타템!

  히라타 신스케 : 나, 나 너무 늦었지, 미안해. 교수님들 이제 곧 오실거야, 그리고 말인데.

  그가 망토 주머니 속에서 하도 펼쳐봐서 구깃구깃해진 쪽지 한 장을 꺼내어 테이블에 던집니다. < 줄리우스 시저, 당신마저! >

  히라타 신스케 : 나도 머글 태생이었다. 끝났어. 이 모든 헛소동이. 불온한 피는 아직도 살아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살아갈거야. 누가 어떤 폭압을 가하든 사람의 존엄을 함부로 꺾을 수는 없다. 나는... 정말... 

  젋은 교수는 감정이 북받치는 얼굴로 잠시 서 있다가 등을 돌려 사라집니다. 뒤에서 급하게 마호토코로 교수진들이 달려옵니다.

  *

  모든 머글 태생이 죽기 전 모든 흑막들이 밝혀졌습니다. 한 여름밤의 꿈, 승리했습니다. 이걸 승리라고 할 수 있다면 말이지요. 호시노 하나비, 세라타 아게하, 안도 유지, 나카모리 히데오미. 구하지 못한 시신들을 어깨에 얹고서 나아갑니다. 구하지 못한 시신들을 어깨에 얹고서 나아갑니다. 일본에서 흰색은 죽음을 의미한다지만 하오리의 흰색은 참 아름다운 순백입니다. 먹물을 허용하지 않는 백색 사상으로 물든 우리네들의 순수의 시대.  마법부는 범죄를 저지른 학생들에 대해 청문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이 다음부터는 정말로, 학생들의 손 안을 벗어난 것이 되었어요. 마호토코로는 다시 잠잠해질 것입니다. 이들 덕분에요. 호레이쇼, A, B, C, D. 햄릿, E. 아무도 이들의 존재를 몰랐지요.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당신들을 방어하고, 보호하고, 적과 싸웠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은 모두 잊혀질 것이니, 이들의 존재야말로 진정 한 여름밤의 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것으로 나흘 간 공연된 한 편의 이상야릇한 노가쿠가 막을 내립니다. 즐겁게 감상하셨다면 기쁘겠네요. 허공에서 여자 웃는 소리가 들려온다. では, おやすみなさ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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