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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

<떠오르는 달의 탑> 시나리오

한덤덤 2017. 3. 25. 22:15

DAY1

  *

  첫째 날, 보름달이 뜬 밤이었다. 한없이 맑고 검은 비단에 흩뿌려진 우물물처럼 별이 찬란한 밤하늘이다. 이실리엔의 맑고 달콤한 공기는 앞으로 나아갈수록 점점 흐려져 갔다. 말발굽 소리가 들리고, 인적이 드문 땅에 흙먼지가 인다. 그리고 거대한 장벽같은 계곡과, 떠오르는 달의 탑. < 그 모습은 스스로 광채를 발하며 아름답게 보였지만 동시에 뒤숭숭한 꿈 속의 해괴하게 일그러진 형체처럼 섬뜩했고, 또 욕기지 나는 희미한 납골당 냄새를 피웠다. 부서진 다리 입구에는 인간과 짐승의 형상을 본뜬 정교한 조각상들이 세워져 있었지만 모두 더럽고 보기에 역겨웠다. 흐르는 물 소리는 조용했고 물결에서는 증기가 피어올랐다. 다리 주위를 휘감고 소용돌이치는 증기는 몹시도 차가웠다. 여행자들은 그 도시를 보면 몸서리를 치고 그 그림자가 덮이지 않는 곳으로 기어간다. > 하늘을 날던 새는 소름 끼치는 빛을 내는 도시의 인영 속을 감히 지나는 이들이 있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날개 달린 왕관과 백색 나무가 그려진 곤도르의 기치 아래 요정과 인간. 말을 탄 한 남자가 일행 앞으로 말을 몰아 나온다.


히실라드

: 좋은 밤이어야 하는데 이 장소때문에 아무래도 그 인사는 못 쓰게 되었군. 나는 브리온의 아들 히실라드이고, 열흘 간 귀관들을 지휘하게 되었네. 귀관들이 자신의 임무가 무엇인지 이미 알고 왔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다시 한 번 고지할 필요가 있을 것 같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미나스 이실, 이전에는 미나스 모르굴이라고 불렸던 도시에 남아있는 것이 있는지 조사하고, 지도를 갱신하는 것이다. 나즈굴이 소멸했고, 구린내 나는 오르크놈들도 자취를 감추었지만 모르도르에서 넘어온 것들이 숨어있을 가능성도 있고, 그 외에 더러운 것들이 남아있다는 말이 있으니 항상 경계를 늦추지 말게. 이 계곡에는 사람들을 광기와 공포로 유도하는 지독한 악이 존재한다고들 하지. 나즈굴이 사라진 지금까지도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원래 이 곳은 곤도르의 영토였던 만큼, 이 곳이 정화되어 다시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으로 돌아올 수 있다 믿는 이들이 있어. 나는 아니지만. ―희망을 버리지 마시오. 어두운 사술과 마법을 조심하고, 신중하게 행동하며 동료를 믿으시오. 이상! 진입하자.


  반지전쟁 전에 아라고른이 미나스 이실으로 향하는 다리를 부수었지만 요정들이 줄과 나무로 간이 줄다리를 만들어 놓았다. 스물 다섯 필의 말이 각자의 주인을 태우고 탁하게 빛나는 도시로 향한다. 도시 안은 밖과 다르게 빛이 없어 어두침침하다. 히실라드가 말에서 내려 문이 잠기지 않도록 문틈에 삼각형의 나무 쐐기를 박아 넣었다.


히실라드

: 문이 절대 닫히지 않도록 하시오. 비상 사태가 생기면 언제든 밖으로 나가서 오스길리아스에 원군을 요청해야 하니까. 원할 때마다 밖으로 나가도 좋소. 상식인이라면 내가 말하지 않아도 동쪽의 모르도르나 북쪽의 키리스 웅골로 가지는 않겠지. 이실리엔은 아름다운 곳이니 돌아다녀도 좋지만, 너무 나갔다가 오스길리아스까지 가면 탈영병이라는 누명을 쓸 수도 있으니 알아서 하고. 그리고 이 곳의 물을 마시지 마시오. 죽을 수도 있소. 요정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사서 고생을 할 필요는 없지.


  말과 사람들이 아가리처럼 벌린 성문의 어둠으로 사라진다. 반지 악령의 도시는 아직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오, 그럼, 비어 있지 않지!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아, 아주 무시무시한 것들이 살고 있어. 오르크놈들이, 그래, 언제나 오르크들이 있어. 그렇지만 더 고약한 것들, 더 고약한 것들도 있어. >


*

히실라드

: 주목! 오늘은 첫번째 원형구역을 조사할 예정이다. 지도를 나누어 줄테니 원하는 구역을 조사하면 되고, 혹시 동료와 만나면 그냥 같이 조사하면 된다.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니 싸울 수 있는 사람과 동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야. 오늘 자원한 이들 중 무작위로 뽑힌 여섯 명은 함께 미나스 이실 부근 서, 남, 북쪽을 조사한다. 나머지 열일곱 명은 내부 조사에 투입될 것이고, 나는 혼자 동쪽의 모르굴 계곡을 탐사하려고 하니 괜히 따라오지 말게. 미나스 이실의 구조는 미나스 티리스와 꽤 비슷하다. 애초부터 쌍둥이 도시였으니 그럴 법도 하지. 도시는 일곱 개의 원형 구역으로 이루어져 있고, 중앙의 저 탑은 거대한 도서관이다. 지금 나에게는 첫번째와 두번째, 세번째 원형 구역의 지도가 있다. 나머지는, 점령된 천 년동안 지나치게 변해 지도가 쓸모가 없다고 하더군. 내부에 정확한 지도가 있을지도 모르니 찾는 즉시 내게 보고해. 지도에 적힌 구역에 대해서는 파괴된 탓에 정확한 정보가 없는 곳이 많으니, 조사가 끝나면 이 역시 보고하도록 하고. 도시는 언덕을 일곱 단으로 깎은 나선형이다. 각각의 구역을 구분하는 성문이 일자로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맨 위의 궁성으로 가려면 포장 도로를 따라 언덕을 이쪽저쪽으로 돌면서 올라가야만 해. 그리고 도시가 망가진 덕에 주택이나 상점의 잔해만 있는 것이 아니야. 자연적으로 생성된 늪지대나 폐기물 더미, 짐승 우리 같은 것도 있다고 예상되니 알아서 조심하게. 더러운 것은 알아서 기름을 뿌려 태우고. 뿔나팔 소리가 들리면 모든 조사를 종료하고 성문 앞으로 모여.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니. 그럼 이만, 해산.


  두번째 원형구역의 문에는 암호가 적혀있다. 「 말하라 친구, 그리고 들어가라. 」 : 친구(멜론)

  덜컥, 문이 스르르 열린다.


히실라드 : 운이 좋군. 암호만 말하면 되는 문이니. 다른 문은 암호가 이렇게 애들 장난 수준이 아닐 거요. 시간이나 열쇠가 필요할 수도 있고. "



DAY2

  세번째 원형구역의 성문이 닫혀 있다. 열쇠 구멍이 있는 문이다.


히실라드

: 어떤 문은 열쇠와 암호가 동시에 필요하기도 해. 이 문에는 문제가 써있지 않은데, 암호는 내가 알아. 열쇠 찾은 사람 있나? / (열쇠 구멍에 열쇠를 꽂아 돌리자 철컥하는 소리가 들린다.) 잔인한 카라드라스. ......잔인한 카라드라스. (문을 발로 퍽 걷어찬다.) 뭐야, 왜 안 열려. 웃기네. / ......문서본에 적힌 마지막 암호는 잔인한 카라드라스가 맞다. 아무래도 암호가 바뀌었나보군. 하긴, 천 년이나 지났는데. 수수께끼나 암호 따위를 발견한 사람 없나?


  < 우리는 움직이지 않고도 너희들을 상처입히고, 만지지 않고도 너희들을 중독시킨다. 진실과 거짓 모두를 안에 담고 있는 우리를 길이로만 판단해서는 안 되지. >

  덜컥, 문이 스르르 열린다.



DAY3

  하늘에 금성이 굉장히 밝게 떴습니다. 오늘은 금성이 제일 길게 뜨는 날이기 때문에, 해가 져도 밤까지 아름다운 빛을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두번째 원형구역에서 늙은 거미가 발견되었습니다. NPC로 전환되며, 대화가 가능한 지성체입니다. 조사 시간이 아니라도 대화가 가능하며, 여러 가지를 물어보고 조사 힌트 등을 얻을 수 있습니다. / 히실라드의 말이 겁먹은 채로 성문 안으로 들어온다. 히실라드는 없다. 말등에서 검은 천을 뒤집어 쓴 형체가 툭 떨어진다. 히실라드, 오른쪽 종아리에 독화살 관통, 왼쪽 어깨에 화살 관통, 배에 칼에 베인 열상. 탈진, 중독, 빈혈와 쇼크. 적어도 이틀 간은 움직이지 못한다.


  네번째 원형구역의 성문이 닫혀 있다. 열리지 않는다. 암호가 새겨져 있다.

  < 나는 집짓는 이입니다. 내가 짓는 집은 어떤 대장장이나 조선공이나 목수의 집보다 튼튼합니다. 나의 집은 영원불멸합니다. 당신들은 나의 집에 들어오기를 무서워하지만, 동시에 어떤 집보다 아름답게 꾸미려고 합니다. 내가 짓는 집은 무엇이지요? >




DAY4

*

히실라드 :

이 지도 보이나? 우리는 이제부터 저 오각형 성벽 안쪽 탐사에 들어갈 거야. 거미 말을 들어보니 바깥쪽은 주로 오르크 주둔지로 쓰였고, 안쪽은 나즈굴이 활개치고 다녔다고 하더군. 뭐가 튀어나올지 장담 못 해. 그리고 정말 불안하지만, 오늘 조사는 한 명이 한 구획을 맡아 한다. 손이 부족해. 아마 다소 일찍 끝날지도 모르겠어. 나는 세번째 원형구역 6구획에 위치한 치료사의 집에 있으니 일이 있으면 그 곳으로 찾아와. 좋은 소식은, 내일 추가물품이 들어온다. 남은 며칠 편히 지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아까 말했듯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구획이 겹치면 합동 조사가 아니라 갈라진다. 같이 가지 못해 유감으로 생각한다. 정신 단단히 챙기고, 칼에서 손을 떼지 마. 보이는 것 그대로 믿지도 말고. 이상, 해산.



  끼이익. 이상하고 소름끼치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첫번째 원형구역에서 나는 소리같은데, 한 번 내려가 볼까? 


히실라드

: 누가 이런 머저리같은 짓을 했는지 당장 말하면 군법 회의에 선처를 부탁하겠다.누군가가 성문에 괴어 놓았던 쐐기를 제거했다. 저 문은 저절로 닫히고, 안과 밖 둘 다에서 잠기는 문이야. 이게 무슨 말인지나 알아?!



  누군가가 문 아래 괴여있던 쐐기를 치워버렸다. 정문이 닫혔다. 안에서 열 수 있는 키가 없다. 미나스 이실의 문이 완전히 잠겼다! 문에는 섬세한 솜씨로 곤도르의 역사가 조각이 되어있는데, 워낙 단단해 오르크들이 조각을 제대로 파괴하지조차 못한 것 같다. 히실라드가 닫히는 것을 막으려 문 밑에 넣었던 쐐기는 멀리에 던져져 있다. 누가 완력으로 문틈에서 뺀 것 같다. 안에서 잠그는 문인데, 보안을 위해 문을 열려고 해도 열쇠가 필요한 것 같다. 쐐기가 빠지면서 문이 닫혀 저절로 잠겼다. 마름모 꼴로 배열된 열쇠 구멍 네 개와 양각된 문장 한 구절. 열쇠구멍은 낡고 닳은 데에 비해 양각된 문장은 비교적 새 것이다. 아마 나즈굴이 도시를 점령 후 새겨넣은 것같다. 신다린인데, 뭐라고 써있지?

「 기만자의 눈물을 뿌려라. 」


히실라드

: 그만! 헛수고 마시오. 이 문은 강철과 쇠로 만들어졌어. 미나스 티리스에 달려있던 문도 거대한 그론드가 겨우 부쉈는데, 스물 네 명이 완력으로 그것과 똑같은 것을 부순다고? 누메노르인들이 만든 석조물은 놀도르 요정들도 어떻게 못 해. 우린 갇힌거야. 쐐기는 누가 뺐나? 저절로 빠질 수 있는 것이 아닐텐데. 지금 밝히면 군법 회의에 선처를 부탁하겠다. (매가 성벽 안으로 날아들었다. / 매의 발목에 어떤 종이 쪽지를 묶어 날려 보낸다.) 오스길리아스에서 온 매요. 이실리엔 정탐병들이 문이 닫힌 것을 확인했다고 하는군. 지금 상황을 설명했지만, 오스길리아스는 커녕 미나스 티리스에도 문을 부술 수 있는 그론드만한 충각이 있는지는 모르겠군. 여분의 식량과 물을 보내라고 전했으니 걱정하지 마시오. 정 안 되면... 다른 길도 있으니까.



DAY5 

*

히실라드

: 날씨가 흐리고 날이 캄캄하다. 횃불이나 등잔을 지참하지 않으면 어둠에 묻혀도 구하러 갈 사람이 없어. 시간이 없으니 오늘은 혼자서 조사를 배치하게 되었는데, 때문에 어제의 조사보다 더 위험할거야. 위로 갈수록 더러운 것들이 많으니 조심해.


  투욱. 탐색대 앞에 하늘에서 천으로 동여매진 큰 꾸러미가 떨어졌다. 거대한 갈가마귀가 떨어뜨리고 갔다. 식료품과 깨끗한 물, 의약품과 종이들이 들어있는 꾸러미이다. 왕의 인장이 찍혀있는 것을 보니 오스길리아스에서 보낸 것 같다. 풀어볼까?


히실라드

: 스물 네명이 두 끼만 먹는다고 해도 일주일치에서 약간 모자라는군. 몰라도 닷새 내지 엿새 전에 성문을 열어야 된다는 소리야. 열쇠를 찾고 '기만자'를 찾는 것을 조사의 최우선으로 두시오. 일단 문을 열어야 추가 병력을 더 부를 수 있고, 거미가 말한 '덩어리'가 무엇이라도 대비할 수 있어.



거대한 갈가마귀 : 까악.

거대한 갈가마귀 : 네가 이 곳의 책임자냐, 인간?

히실라드 : 그렇다

갈가마귀 : 인간, 누가 내 둥지를 뒤졌다. 네 부하들 짓인것 같은데. 

히실라드 : 이들은 곤도르 왕의 명을 받고 미나스 이실을 수색하러 온 조사단이다. 우리가 둥지를 뒤진다고 해서 네가 가타부타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미나스 이실 또한 곤도르의 영토에 귀속되었다는 것을 모르나?

갈가마귀 : 왕이고 나발이고, 내게는 왕이 없다. ......네 부하들 중 누가 내 돌구슬을 건드렸다. 내일은 돌구슬을 너희들이 못 찾을 곳으로 옳겨두겠어. 두고 보자고.

  (갈가마귀가 사납게 한번 까악 울부짖고는  날아간다.) 

히실라드 : 누가 그 신석을 건드렸나. 사우론이 천 년이나 쓴 건데 무슨 사념이 깃들었을지 어떻게 알고 그걸 함부로 만져?


  여섯번째 원형구역의 성문이 닫혀 있다. 열쇠 구멍은 없다. 수수께끼가 써 있다. 

 < 나는 빛이 있을때만 살아있지만, 빛이 나를 비추면 나는 죽어야 한다. 나는 무엇이지? >

  덜컥, 문이 스르르 열린다.



DAY6

*

히실라드

: A, B, C 잠시 이리로 와. 활과 화살도 가져오고. 철화살로. D, E, 다섯번째 원형 구역 구석에 가면 모르굴 계곡의 언덕배기가 있어. 고지대야. 그곳으로 가서 무장하고 대기해라. 저기 돌아다니는 오르크와 늑대 보이나? 정탐꾼이야. 쏴 버려. 오르크는 죽이지 말고, 움직이지 못하게만 해. 생포할 거니까. 늑대는 마음대로 해. 뿔나팔 소리가 들리면 남쪽으로 달려가서 부상당해서 추락한 오크를 생포해. 무슨 일이 있어도, 죽이지 마.

*

히실라드 : ( 오르크의 목에 칼날을 들이댄다. ) 텅 빈 도시에 뭐 볼 게 있다고 정탐씩이나 오는지 모르겠군. 대가리가 없으니 이제 막 나가겠다 이건가?

오르크 : ( 아무 말 없이 썩은 잇몸을 드러내고 웃는다. 먹지 못해 온몸이 비쩍 말랐다.)

히실라드 : (창날로 오르크의 목을 약하게 벤다. 피가 흘러나온다. 부드럽지만 무감정한 목소리.) 살려줄 수 있는데, 관심 없나보군. 누가 시켰는지, 다른 놈들은 어디 숨어있는지 말하면 이 곳에서 나가게 해 주지.

오르크 : 누가 시켰냐고? 허기가 우리에게 시켰지, 허연 고깃덩이들아.

히실라드 : 덩어리가 시킨 것이 아닌가?

오르크 : 덩어리? 그건 또 무슨 개소리야? 네놈 배때지에 붙어있는 고깃덩어리라면 맞지. 

히실라드 : ......미나스 티리스에도 민돌루인 산으로 넘어올 수 있는 길이 있다. 비슷하게 제작된 미나스 이실의 길을 내가 몰랐을 것 같나? 어디에 숨었는지, 몇 마리나 들어왔는지 빨리 말해,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라.

오르크 : 너희들로 배불리 먹을 수 있을 만큼은 들어왔지. 감시탑에 숨었다. 알면 네가 어쩔건데. 이봐 멸치, 더 뚱뚱하고 맛나 보이는 놈은 없나? 그 놈에게라면 마릿수도 가르쳐 줄 수 있는데. (킬킬대며 웃는다.)

히실라드 : 그런 자는 없는 것 같군. 좋아. 풀어준다고 약속했으니, 풀어주지. (창을 꿇어앉은 오크의 머리에 박아버린다.)


  < 이 궁성은 실로 견고해서, 적이 배후로 돌아 민돌루인 산의 기슭을 기어올라 성 전체와 산 사이를 잇는 좁은 견각부 언덕으로 들어오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무기를 든 누군가 안에 있기만 하다면 적군에게 점령당하지 않는 곳이었다. > (「두 개의 탑Ⅱ」)


히실라드

: ......왜 미나스 티리스가 천혜의 요새라고 불렸는지 아나? 그 곳은 통째로 산을 깎아 만들어서 지반이 아예 가라앉지 않는 한 절대 무너버릴 수가 없는 도시야. 왜 곤도르 공성전때 오르크들이 여기로 넘어오지 못 했냐 하면, 인간들이 이 약점을 거대한 누벽으로 완전히 가려버렸거든. 서쪽 끝의 뒤편 절벽까지 닿는 거대한 누벽으로 말이야. 그런데 이 곳은 그런 방어선이 없는데다가, 모르굴 계곡은 민돌루인 산처럼 거대하고 깎아지른 경사를 가지지 않았어. 지친 호빗들도 계단을 타고 기어 올라갔을 정도니까. 절대반지를 지닌 프로도와 샘와이즈가 키리스 웅골에서 거대한 거미를 만난 이야기 정도는 다들 알겠지. 말이 길어졌군. 결론은, 적이 다섯번째 원형구역에 매복하고 있다는 말이야. 굶주린 것들이 우리를 먹으려고 온 것 같고, 아마도 오크와 늑대 부대같다. 아마 숨어있는 곳은 감시벽이겠지. 문이 잠긴 것을 풀지 못해서 내려오지 않고 기다렸나 보군.


  첫번째 원형구역 1층,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남자가 급하게 도망친다. 제압.

 < NPC '덩어리'는 검은 머리를 가진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잘생긴 남자로, 서부인입니다. 현재 완전히 제압되어 의자에 손발이 묶이고 무장해제된 상태입니다. 빌처럼 순하지 않습니다. 폭력과 협박을 행사하시는 것이 가능합니다. >




DAY7 - 안식일

히실라드 : 오늘은 비가 너무 세차게 내리고, 천둥번개가 내리꽂아 위험해. 게다가 부상자들도 너무 많지. 쉬도록 하시오. 남는 것이 시간 뿐이야.

히실라드 : (덩어리가 있는 방에 문을 잠그러 들어갔다가 잔뜩 분노가 오른 일그러진 얼굴과 피투성이가 된 손을 한 채 방 안을 빠져나온다.) 이 새끼 자살했어. 사인이 뭔지 알아? 스스로 제 혀를 이빨로 끊어서 바닥에 뱉고는 고개를 젖혀서 스스로 자신의 피에 익사했다. 징그러운 개새끼.



DAY8

  *

  히실라드가 첫번째 원형구역이 아니라 탑 앞에서 뿔나팔을 불었다. 곤도르에도 똑같은 탑이 있었는데, 엑셀리온의 탑과 달리 이 곳의 탑은 병약하고 음침한 달빛을 반사한다. 맨 위에는 창이 투명하고 면적이 넓은 감시탑이 있는데, 어둠에 묻혀 안이 보이지 않는다. 탑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이 문에는 수수께끼가 양각되어 있는데, 총 일곱 개이다.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도서관의 탑이라 그런지, 명확한 답이 없는 문제들이다.


히실라드

: 덩어리가 눈물은 진짜 눈물이 아니라 했지. / 성문은 열어도 돼. 어제 덩어리가 죽고 나서 이실리엔으로 매를 보냈다. .....우리가 타고 온 줄다리를 끊어버리라고. 절벽은 꽤 깊거든. / 만약 그 괴물이 성문을 부수면 어쩔건데. 앞으로 사흘 밤낮은 부서진 다리 너머에서 이실리엔 요정 궁수들까지 항상 대기할거야. 그 정도 판단도 못 할 줄 알았나. / 이 곳만 조사하면 우리의 임무는 끝난다. 그 다음에 성문을 열던가, 아니면 주인을 죽이던가 해야지. 그런데, 이 문이... 좀 골때리는군.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는 직접 보면 알 거요. "


1. 우리는 타인에 대해서만 도덕적 의무를 갖는가?

2. 행복은 사적인 것인가?

3. 인간은 선하다고 생각하는 것만 추구하는가?

4. 인간은 과거보다 현재를 더 잘 알고 있는가?

5. 말은 생각을 배반하는가?

6.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7. 진실보다 행복이 우선하는가?


  덜컥, 문이 스르르 열린다.



DAY9

  일곱번째 원형구역에 위치한 탑을 조사합니다. 이 탑은 100미터 높이로, 맨 위에는 거대한 도서관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책이 남아있을까? 탑은 나선형 계단을 따라 올라가며 몇 개의 층으로 나뉜다. 모든 층은 거의 모든 공간이 모두 종이뭉치로 가득차 있었다. 요정어 알파벳으로 써있지만, 읽을 수가 없다. 오르크들 사이에서 쓰이는 모르도르의 언어이다. 그림으로 유추하면 검은 사술과 마법에 대한 내용인 것 같다. 계속 올라가자. ―탑의 맨 꼭대기층에 도착했다. 책장 뒤에서 썩은 냄새가 난다. 썩은 고기가 사방에 널려 악취가 책에까지 배었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의 형체가 드러난다.

  길이 5m 즈음 되는 거대한 사자. 하지만 정말 사자라고 하기에 그것은 너무 일그러진 모양새를 띄고 있었다. 타르를 들이부은 듯 새까만 온몸에 있는 털이라고는 풍성한 갈기밖에 없었으며, 나머지 부위에는 끈적이고 경질인 뱀의 비늘이 붙어 있었다. 숫돌로 간 칼날같은 발톱과 이빨, 꼬리는 민둥민둥한 뱀꼬리같았다. 공용어를 사용하는 말투는 우아하지만 어딘가 굶주린 기색이 있었고, 찢어진 동공을 가진 샛노란 눈동자에는 악의가 숨겨져 있다.


주인 : 서부의 인간들을 환영하오. [ 이하, 문답 ]

 

- 나는 이름이 없다. 덩어리는 나를 주인이라 불렀지. 나는 허기를 증오한다.

- 내 목적은 밥을 먹는 것이다. 나는 이제 덩어리가 먹이는 썩은 오르크 고기는 질렸거든.

- 무엇을 했냐니,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너희들을 구경한 것 외에는. 미나스 이실이 감시하는 눈길을 보낸다고 소문이 났던것은 실제로 반지악령들이 감시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 이 곳에 걸려있던 주술이 그것이었어. 사람의 내면을 비추는 것. 사우론이 힘의 반지를 주조하고 절대반지가 파괴되자 모든 반지의 위력이 꺼졌다지만 힘의 반지가 없다 해도 그들은 여전히 강력한 마법을 쓸 수 있었을 거야. 시전자가 죽는다고 해서 마법이 무조건 죽는 것도 아니고.

 - 덩어리가 너희 대장을 공격했다고 들었다. 그는 너희들을 경계했던 것 같은데, 나약한 인간같으니라고. ―그것은 나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이지. 나에게 지식을 불어넣기도 했고, 스스로 나의 노예가 되기를 자청한 자. 나즈굴들이 타고 다니던 새매를 본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군. 고대의 생물체들을 사우론이 붙잡아 썩은 고기를 먹이고 타락시켰지. 난 단지 그들보다 더 지혜로웠을 뿐이야. 아무도 그의 이름을 모르니, 편하게 덩어리라고 부르지. 검은 군주의 사술에 현혹된 이가 한두 명은 아니잖아. 그들이 사우론이 몰락했다고 전부 죽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겠지.

 - 아라고른 2세에게 전해라. 이 곳에는 사람이 살지 못해. 주거민들이 그대로 미쳐버릴 테니까. 도시의 돌 하나하나가 오염되어 날카로운 눈과 타락한 입을 가졌다. 자신의 날것을 본다는 것은 인간이 쉽게 견딜만한 게 아니지. 나는 '우연히' 그것을 볼 수 있었던 것뿐이고. 거울에서 눈이 보인다고 하지 않았었나? 이 탑은 나즈굴들이 쓰던 탑인데, 거울들이 나즈굴이 쓰던 바로 그 한 곳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해도 그렇게 놀라울 것이 아니지. 사실 나는 너희들에게 별로 억하심정이 없다. 오히려 고마워 해야지.

 - (거대한 사자가 일어서자 그의 몸집에 가려졌던 거대한 청동 거울이 담겨 있다. 거울에서는 푸른 증기가 피어오른다.) 참 재미있더군, 사람의 가슴 속에 숨겨진 단도같은 비밀들은. 그 동안 즐겁게 보았어. 시대가 평화롭다고 개개인 모두가 평화롭다는 보장은 없지. 그리고, 그 팔란티르 신석. 실수로 건드린 이들도 많지만, 스스로 그 돌을 찾아본 이들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더군. 그리고 속에서 수군대고 말이야. 속마음을 보는데 퍽 즐거웠어.

 - 그래, 한 번 시험해 볼까. ......곤도르의 젊은 백부장. 남은 것이라고는 나라밖에 없지. 존속살해자! 브레실은 떨어지면서 너를 용서하지 않았다, 비겁자. 아직까지 네 꿈에 그가 나타난다는 것이 그 증거 아니냐?


히실라드 : 거짓을 번드르르하게 말하면 진실이 되는 줄 아나?

주인 : 그래? 키아아아아아아아악! (사자가 입을 벌리고 울부짖었다. 겉모양과는 이질적이게도, 그 목소리는 사자의 울음이 아니라 찢어지는 짐승의 울음소리였다. 나즈굴의 새매의 울음소리.)

히실라드 : 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악!!!!!!!! (십여 년 전에 들었던 것과 똑같은 공포. 뼛속까지 차가워진다. 제자리에 털썩 무릎을 꿇는다.)

주인 : 덩어리는 어디에 있지? 그가 사라진 지 이태가 되었는데 아직 먹이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 (그는 죽었다.) 그래? 그럼 이제 때가 되었군. 덩어리는 항상 때가 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이제 내 먹이 주는 사람이 죽었군. 그럼 육식동물은 어떻게 하지? ... ...탑과 일곱 성문을 열어줘서 정말 고맙다는 인사가 하고 싶군. 사실 네들이 살아있던 이유는 그것 하나뿐이었거든. 덩어리는 내가 주인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인데, 그는 내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어.


  사자가 일어서서 놀랄만큼 날렵하게 당신들을 제치고 뛰어나가 계단으로 달려나간다. 탐색대 전원, 첫번째 원형구역으로 내려갑니다. ... ...사자가 미나스 이실의 성문에 몸통을 들이받고 있다. 사자가 들이받은 아랫부분이 조금 부서졌지만 열리지는 않는다. 머리에서 피가 흐르는 사자가 당신들을 바라보다가 부서진 틈새로 몸을 우겨넣으려 든다. ... ...갑자기 부서진 틈새로 화살들이 날아와 사자의 몸과 머리에 박힌다. 이실리엔 요정 궁수들의 화살.


주인 : 약삭빠르고 오만한 요정들.

히실라드 : 너는 나갈 수 없다.

주인 : 그렇다면 너희들이라도 먹어치우고 가겠다.

히실라드 : 죽여.


  사자, 사망. 친우들의 시체를 딛고서. 스물네 명의 목숨으로 곤도르가 지켜진 것이 다행이라고는 했지만, 그 댓가는 너무나 비싸다. 서쪽으로 바람이 분다. 서쪽으로... 지금은 슬퍼 말라! 돌아가신 이는 용감했고 종말은 위대했다. 그 분의 무덤을 쌓을 때 여인네들이 울 것이다. ... ...누가 우리를 위하여 울어주지요. 매가 날아왔다. 닷새간 굳게 닫혀 있던 미나스 이실의 문이 열렸다. 이실리엔의 바람이 다시 불어들어 피냄새를 껴안고 창공으로 날아간다. 앞의 줄다리는 아직 끊어져 있다. 마지막 스토리 진행이 끝났습니다. 탐색대, 임무 완료. 지도 완성, 괴물 처치.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히실라드

: ......미나스 티리스로 전갈을 보냈소. 내일 줄다리가 다시 연결되면 밤에 군인들이 이 곳에 기름을 붓고 모든 잔해를 불태울거야. 싸그리. 이 곳에 서성인다던 사람들을 광기와 공포로 유도한 지독한 악이 뭔지 알겠군. 마법은 지긋지긋해. ... ...하나만 더 묻자. 그 돌, 무엇을 보여주던가. 나는 그 돌을 보지 못했어. 찾아다녔는데, 내 눈을 피해 잘만 숨더군. ... ...가서 자. 잠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DAY10 - 엔딩

  빠ㅡ앙. 멀리서 뿔피리 소리가 들린다. 히실라드의 것이 아니다. 부서진 도로 너머에서 흰색 섭정의 깃발과 검은 바탕에 흰 나무가 그려진 왕의 깃발이 흔들린다. 날개 달린 투구를 쓰고 완전 무장한 곤도르와 이실리엔의 정규군들, 미나스 이실로의 마지막 행군. 행군의 맨 앞에 선 나이들고 우아한 남자, 왕과 섭정의 사자가 호명한다.


사자 : 브리온의 아들 히실라드. 어제 그대가 보낸 전갈은 잘 받았다. 그동안 이 오염된 도시를 탐색하느라 수고 많았다. 그런데, 결론 말고는 아무 것도 쓰지 않았더군. 본디 왕께서는 이곳을 영영 파괴할 결심을 하신지라 가타부타 이야기 하지는 않았지만, 이 곳이 사람이 살기에 도무지 적합하지 않다는 말을 쓰기 전에는 그에 따른 근거가 있었을 터인데? 그래, 여기서 본 것들이 무엇이지?

히실라드 : 죽은 괴물과 죽어가는 거미들이 있을 뿐입니다. 나머지는 오물이니, 기름을 붓고 불을 질러 태우십시오.

사자 : 이실리엔의 요정은 시력이 좋지. 미나스 이실에서 매일 번쩍이는 빛을 보았다고 하던데. 왜 팔란티르 신석에 대한 이야기는 빼놓는거지? 그것은 엘렌딜이 폭풍 속에서도 지켜낸 곤도르와 아르노르의 보물이야. 일개 백부장이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히실라드 : 팔란티르는 사라졌습니다. 거대한 갈가마귀가 물어와 제 둥지에 품었다가, 독극물이라는 것을 알고 바랏두르의 잔해에 버렸지요. 찾지 못합니다. 그것 또한 오염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숨겨지고 일그러진 비밀만 보여준다 하였습니다.

사자 : 돌의 뜻을 재단하고 해석하는 것은 군인의 일이 아니다. 자네는 미나스 티리스에 돌아가면 보물을 소홀히 관리한 죄로 회의에 회부될걸세. 다른 스물세명의 몫까지 합쳐서. 위험구역을 탐색한 공로가 감안되겠지만, 어쩌면 직위가 해제될지도 모르겠군.

히실라드 : ......뜻대로 하소서. (절도있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는 소리친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무감정한 목소리였다.) 탐사대원들은 즉시 성에서 퇴각한다. '내 앞'으로 모여. ( 군인들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선다. )


히실라드

: 이 곳에서 있었던 일은 '전부' 비밀로 부쳐진다. 곤도르의 왕께서 흡수 정책을 펴셨기에, 윗선에서는 움바르의 타락한 자나 그가 기른 하라드의 마음 읽는 괴물에 대해 나쁜 소문이 퍼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거야. 이 다음부터는 뜻대로 하시오. 이 곳을 불태우는데 힘을 보태던가, 떠나던가. 임무는 끝났고, 잊혀질 일이오. ......역사에 적히길 바랐나? 한 줄만 적힐거야. 미나스 이실은 파괴되었다. 원래 인간사가 다 그런 것 아니겠어. 우리 모두 어차피 이렇게 될 사이였잖아. 사람 간의 관계라는 게 뭐지? 결국 한낱 신기루에 불과해. 그리고, 그 덩어리나 주인 말이 맞아. 시대가 평화롭다고 개개인 모두가 평화롭다는 보장은 없지. 역사라는 해변에서 한낱 모래알 하나 정도밖에 안 되는 이들에게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는게 수수께끼지. 하지만 우리는 종국에 모두 죽거나 잊혀지오. 원하면 기억하던가. 하지만 잊어도 좋아. 난 후자가 맘에 들지만.  ......잘 가시오.


  히실라드가 횃불을 들고 성 안으로 비틀거리며 사라진다. 그의 모습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성문은 아가리를 벌려 그를 삼키는 모양으로 서 있었다.



OUTRO

  도시를 등진 당신, 고개를 돌리면 뭐가 보이지? 삼천 년 동안 존재했던 오염된 도시에 한순간 화마가 닥쳤다. 추억은 얼마나 가벼운지. 왕이 미나스 이실의 오물을 태워 버렸고, 사람이 이 곳에 거주하는 것을 금한다는 명령을 내렸다. 우리가 보았던 모든 것이, 기억, 공포, 소망이 전부 화염 속으로 들어가 잊혀진다. 모르고스의 악의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다른 곳에 있다고 했다. 요정과 인간의 모든 오점, 불꽃 속으로 사라지다. 하지만 우리가 본 슬픔은 누가 태워 주지요?

  첫번째 원형구역 극장에 있던 연극 대본.

  누가 우리를 기억해 주지요? ㅡ아무도.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요? ㅡ시대 속에 잊혀지는 존재이지요.

  운명을 거스르는 일임에도 인간이 왜 그토록 불사를 원하는지, 요정이 왜 그토록 번영을 원했는지 아나요? 망각이 무서운 존재이기 때문이에요. 우리를 아는 이가 모두 죽으면 이야기가 끊겨버릴까봐서. 서글퍼라, 잊혀지다는 것은. 우리 하나하나의 이야기는 긴 실처럼 찬찬히 이어지다가 마침내 어드메에서 끊기거나, 중간에 꼬여버립니다. 하지만 그런 실들은 버려지는 듯 하다가도 결국 여인의 손끝에서 모여서 태피스트리를 만듭니다. 죽음의 발라 만도스의 배우자는 베 짜는 이 니엔나입니다 그녀가 짜는 실은 이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담은 태피스트리가 되고 그 넓이는 무한하여 만도스의 전당의 벽에 장식되고 그것이 바로 아르다의 역사가 된다고 하지요. 과거와의 이별을 딛고 잊혀짐을 받아들이는 것은, 모두 시간의 흐름의 일부입니다. 시간 속에서 우리는 불멸입니다. 영원히 끊어지지 않고 불리워지는 이름이지요. 무슨 일이 있어도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인생의 씁쓸함과 타협하지 못하면, 비극 뿐.

  미나스 이실 감시탑에서 검은 형체가 떨어진다.

  태양의 4시대 1◇년, 파괴된 미나스 이실의 문은 기약 없이 닫히고 반지 악령의 도시는 다시 정적에 휩싸이다.

  낙하하는 기분은 어때? 그대는 항상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 했지. 결국 지금도 도망치는구나. 이번에는 자신의 인생에서. 잘 가. 비겁자.[각주:1]

  TOWER OF THE RISING MOON : ENDING

  1. 히실라드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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